어떤 ETF가 최근 1년 동안 더 많이 올랐는지, S&P500이 좋은지 나스닥100이 좋은지, 배당 ETF를 섞으면 더 나은지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와 매달 일정 부분을 미국 ETF에 넣기 시작한 뒤에도 처음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계좌를 열면 제일 먼저 수익률부터 봤다.
그런데 월급날이 몇 번 지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이상하게 관심사가 조금 달라졌다.
요즘 내가 더 자주 생각하는 건 이런 것이다.
“우리 부부는 이걸 얼마나 오래 계속할 수 있을까?”
별것 아닌 질문처럼 보이는데 내 입장에서는 이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수익률 1%보다 이번 달 투자금을 정하는 게 더 어려웠다
미국 ETF를 검색하면 수익률 비교는 정말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1년 수익률, 5년 수익률, 배당률, 총보수 같은 숫자가 깔끔하게 나온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이런 숫자를 많이 봤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ETF를 골라야 장기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것 아닐까 싶었다.
물론 비용이나 투자 대상은 중요하다.
실제로 Vanguard도 2026년 자료에서 장기 투자에서는 낮은 비용과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작은 비용 차이도 시간이 길어지면 투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월급에서 돈을 떼어 투자해보니 ETF의 0.01% 비용 차이를 고민하기 전에 훨씬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한 달에 도대체 얼마를 투자하는 게 맞을까.
많이 넣으면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가령 월 50만 원을 투자하는 것보다 월 100만 원을 투자하면 같은 수익률이라는 가정에서는 당연히 나중에 쌓이는 돈도 커진다.
그렇다고 월급 대부분을 ETF에 넣을 수는 없다.
생활비도 필요하고, 예상하지 못한 지출도 생긴다.
부부가 같이 생활하다 보면 앞으로 써야 할 돈도 혼자 살 때보다 다양하게 생각하게 된다.
결국 투자금은 숫자가 아니라 생활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걸 깨닫고 나니 ETF 수익률 표만 보고 있을 때와는 느낌이 꽤 달랐다.
처음에는 투자금을 많이 넣을수록 잘하는 줄 알았다
투자를 공부하다 보면 묘하게 조급해질 때가 있다.
복리 계산기를 돌려보면 특히 그렇다.
월 투자금을 조금만 늘려도 10년, 20년 뒤 숫자가 꽤 크게 달라진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조금 더 아끼고 투자금을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
나도 이 생각 자체가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소비를 조금 줄여 장기 투자금을 늘리는 건 충분히 의미가 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는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지금 무리해서 투자금을 늘렸다가 몇 달 뒤 지쳐버리면 어떡하지?
예를 들어 월급에서 100만 원 정도는 별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빨리 자산을 늘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매달 200만 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몇 달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비가 예상보다 많이 나오는 달이 생기면 갑자기 부담스러워진다.
자동차 수리비가 나갈 수도 있고, 가족 관련 지출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ETF를 일부 팔거나 적립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월 투자금이 클수록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별일이 없는 달뿐 아니라 돈이 많이 나가는 달에도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이 더 현실적인 투자금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미국 SEC 자료를 보다가 눈에 들어온 단어가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적립식 투자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미국 SEC의 투자자 교육 사이트 Investor.gov에서 2026년에 공개한 장기 자산 형성 자료를 보게 됐다.
여기에서는 매 급여 시점마다 일정한 금액 또는 소득의 일정 비율을 꾸준히 투자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런데 내가 관심 있게 본 부분은 따로 있었다.
투자할 수 있는 금액, 즉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정기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이었다. SEC 자료는 장기 투자를 이야기하면서 비상자금과 월 지출 관리 역시 함께 강조한다.
처음에는 조금 의외였다.
투자 관련 자료니까 어떤 자산을 사고 얼마의 수익률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가 먼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결국 기본은 월급과 지출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시장에 오래 남아 있으려면 먼저 생활이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투자 수익률만 계속 보고 있던 내 입장에서는 꽤 중요한 이야기였다.
ETF를 잘 고르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가 매달 투자할 수 있는 돈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투자 실력의 일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같이 투자하면서 오히려 무리하기 싫어졌다
혼자 투자하는 돈이라면 내가 조금 무리해도 결국 내가 감당하면 된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매달 일정 부분을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기준이 조금 달라진다.
투자금이 많아지는 것만 좋은 게 아니라 우리 생활 전체가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소비를 전혀 줄이지 않겠다는 의미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 ETF를 같이 사기 시작하면서 어떤 돈을 소비하고 어떤 돈을 남길지 더 생각하게 됐다.
예전에는 통장에 남아 있으면 그냥 쓸 수도 있었던 돈이 이제는 “이번 달 투자할 돈”이라는 목적을 갖게 되는 식이다.
그 과정은 꽤 괜찮다고 느낀다.
다만 투자 때문에 현재 생활을 지나치게 희생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
나는 우리가 미국 ETF를 6개월 사고 끝내려고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몇 년이고 계속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 달 투자금 최대치를 찾는 것보다 우리 부부가 편안하게 반복할 수 있는 금액을 찾는 게 더 중요해진다.
요즘은 이것도 일종의 적립식 투자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하락장이 오면 지금 정한 투자금의 진짜 수준을 알게 될 것 같다
사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쉽다.
내가 진짜 궁금한 건 시장이 크게 떨어졌을 때다.
미국 ETF를 100만 원어치 샀는데 다음 달 90만 원이 되고, 또 시간이 지나 80만 원이 됐다고 가정해보자.
숫자로만 보면 “싸졌으니까 더 사면 되지”라고 말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 내 돈이라면 얘기가 다를 것 같다.
아내와 함께 쌓은 투자금이 몇 달 동안 계속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서도 똑같은 금액을 넣을 수 있을까.
나는 아직 그 상황에서 어떻게 느낄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부터 투자금을 너무 공격적으로 잡지 않으려고 한다.
적립식 투자는 시장이 오를 때만 계속하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Investor.gov에서 설명하는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도 시장이 오르고 내리는 것과 관계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같은 금액을 계속 투자하는 방식이다. 가격이 낮을 때는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수량을 사고, 가격이 높을 때는 상대적으로 적게 사게 된다.
설명은 간단하다.
하지만 실제로 몇 년 동안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투자 금액 자체가 내가 감정적으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수익률을 올리는 것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많았다
미국 ETF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처음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시간을 정말 많이 쓴다는 것이다.
S&P500이 올해 몇 퍼센트 오를지.
미국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환율이 어디까지 내려갈지.
기술주가 계속 강할지.
다 궁금하다.
나도 계속 찾아본다.
그런데 아무리 공부해도 정확히 맞힐 수는 없다.
반대로 내가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번 달 불필요한 소비를 어느 정도 줄일지.
월급 중 얼마를 투자할지.
ETF 비용을 확인할지.
시장이 흔들릴 때 충동적으로 사고팔지 않을지.
그리고 다음 달에도 다시 투자할지.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2025년에도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의 79%가 S&P500보다 낮은 성과를 냈다는 SPIVA 자료를 보면 전문가조차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물론 특정 한 해의 결과만으로 모든 액티브 투자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걸 보고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전문가들도 시장을 계속 이기기 어려운데, 회사 다니는 내가 매년 최고 수익률을 내려고 너무 애쓰는 게 맞나?
오히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편이 현실적일 수 있다.
요즘 우리 부부에게 중요한 숫자는 수익률만이 아니다
물론 계좌 수익률이 올라가면 좋다.
투자하는 이상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도 이상하다.
나도 미국 ETF가 장기적으로 잘 올라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요즘 계좌를 볼 때는 예전과 다른 숫자도 같이 생각한다.
우리가 몇 달째 이걸 계속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몇 년을 더 할 수 있을지.
월 투자금을 무리해서 두 배로 만드는 것보다 현재 금액을 몇 년 동안 꾸준히 가져가는 게 우리에게 더 맞을 수도 있다.
물론 소득이 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투자금도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
반대로 큰 지출이 예정되어 있다면 줄일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조정 자체를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투자는 결국 우리의 실제 생활 안에서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35살이 되니 빨리 가는 것보다 멈추지 않는 쪽이 더 궁금해졌다
20대였다면 아마 “그래서 어떤 ETF가 제일 많이 오르는데?”라는 질문을 먼저 했을 것 같다.
지금도 좋은 ETF를 고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35살이 되고 아내와 같이 미국 ETF를 적립하다 보니 질문이 조금 바뀌었다.
우리가 얼마나 벌 수 있을까보다 먼저, 우리가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한두 달의 높은 수익률은 기분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투자 결과는 아마 이번 달 수익률보다는 앞으로 수많은 월급날에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내가 생각하는 적립식 투자는 꽤 단순하다.
생활을 망가뜨리지 않는 금액을 정하고, 월급이 들어오면 일정 부분을 투자하고, 너무 자주 흔들리지 않는 것.
말로 쓰면 정말 재미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투자한 시간이 조금씩 늘어날수록 이런 재미없는 것들이 더 중요해 보인다.
예전에는 수익률이 높은 ETF를 찾는 데 관심이 많았다면 지금은 아내와 다음 달에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투자 방식을 만드는 것에 더 관심이 간다.
아마 우리 부부의 투자에서 진짜 복리는 돈에만 붙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습관에도 조금씩 쌓이고 있는 것 같다.
참고한 자료
U.S. SEC Investor.gov - Build Wealth Over Time Through Saving and Investing
https://www.investor.gov/files/build-wealth-over-time-through-saving-and-investing
U.S. SEC Investor.gov - Dollar Cost Averaging
https://www.investor.gov/introduction-investing/investing-basics/glossary/dollar-cost-avera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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