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미국 ETF를 매달 사고 있다고 하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아내와 함께 미국 ETF를 매달 사고 있다고 하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혼자 투자하는 것과 둘이 같이 투자하는 게 그렇게 많이 다를까?

어차피 ETF를 사는 건 똑같고, 수익률도 우리가 부부라고 더 높아지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나도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달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 투자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생각보다 다른 점이 있었다.

특히 의외였던 건 투자 수익률이 아니었다.

아내와 돈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는 것.

내가 요즘 부부가 함께 투자하면서 가장 괜찮다고 느끼는 부분은 오히려 이쪽에 가깝다.

처음에는 그냥 같이 ETF를 사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미국 ETF 적립식을 시작할 때 거창하게 부부 투자 철학 같은 걸 만들었던 건 아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일정 부분을 투자하고, 그 돈으로 미국 ETF를 꾸준히 모아가는 방식이다.

혼자 해도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다.

그런데 둘이 같이 하니까 자연스럽게 한 단계 앞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번 달에도 이 정도 넣으면 괜찮겠지?”

“앞으로 큰돈 쓸 일 있으면 투자금은 어떻게 하지?”

“시장이 많이 떨어져도 계속 살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질문들은 ETF 종목 자체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우리 생활과 관련된 질문이다.

FINRA도 부부나 장기적인 파트너가 함께 재정을 관리할 때 서로의 재무 목표와 투자 위험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부부가 저축이나 투자 방식, 원하는 목표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를 읽으면서 꽤 공감됐다.

같이 산다고 돈에 대한 생각까지 자동으로 같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돈을 보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를 수 있었다

사람마다 돈을 대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는 통장에 현금이 많이 있어야 마음이 편할 수 있고, 누군가는 현금을 놀리는 것보다 최대한 빨리 투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둘 중 누가 반드시 맞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부부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은 월급에서 투자 비중을 계속 늘리고 싶고, 다른 사람은 현금을 조금 더 확보하고 싶다고 해보자.

둘 다 충분히 이해되는 생각이다.

그런데 목표를 맞춰보지 않고 각자 자기 기준으로만 돈을 관리하면 어느 순간 불편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ETF를 같이 적립하면서 좋은 점은 이런 이야기를 억지로 특별한 날을 잡아서 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었다.

매달 투자할 때 자연스럽게 돈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달 지출은 어떤지.

앞으로 돈이 필요한 일이 있는지.

투자를 조금 늘릴 여유가 있는지.

아니면 지금 정도가 편한지.

투자가 단순히 계좌 안에 있는 숫자가 아니라 우리 생활을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ETF가 아내에게도 좋은 건 아니었다

ETF 공부를 하다 보면 점점 욕심이 생긴다.

S&P500만 볼 때는 이것 하나면 충분한 것 같다가도 나스닥100을 보면 성장주 비중을 조금 더 높이고 싶어진다.

배당 ETF를 보면 또 배당도 괜찮아 보인다.

미국 국채 ETF를 보다 보면 주식만 가지고 있어도 괜찮은가 싶어진다.

정보를 많이 볼수록 오히려 선택지가 늘어난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투자와 우리 부부가 편하게 유지할 수 있는 투자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것.

혼자 투자한다면 내 위험 감수 성향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부부의 장기 자금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다르다.

내가 30% 하락을 아무렇지 않게 견딜 수 있다고 해서 아내도 똑같을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ETF를 볼 때 단순히 예상 수익률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크게 떨어졌을 때도 둘 다 납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같이 하게 된다.

Investor.gov 역시 투자 상품을 선택할 때 목표뿐 아니라 투자 기간과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말을 부부 투자에 대입해보면 꽤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둘이 같이 가려면 한 명만 버틸 수 있는 투자 방식보다는 둘 다 이해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이 더 오래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수익이 많이 난 날보다 크게 떨어지는 날을 미리 생각하게 됐다

미국 주식이 오를 때는 투자 이야기를 하기 쉽다.

계좌에 플러스가 찍히면 분위기도 좋다.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쉽게 나온다.

문제는 반대 상황이다.

예를 들어 부부가 몇 년 동안 모은 투자금이 5,0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시장이 30% 떨어지면 평가금액은 단순 계산으로 약 3,500만 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

1,500만 원이 줄어든 숫자를 실제 계좌에서 보는 느낌은 수익률 그래프를 보는 것과 전혀 다를 것 같다.

그 상황에서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장기투자니까 더 사자.”

다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더 떨어지면 어떡해. 일단 멈추자.”

둘 다 이상한 반응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큰 하락장이 온 다음에 투자 원칙을 정하는 것보다는 평소에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미국 ETF를 왜 사고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가져갈 생각인지.

어느 정도 변동성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생활에 필요한 돈과 투자금을 어떻게 구분할지.

이런 것들이다.

막상 적어놓고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투자하기 전에는 나도 이런 부분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부부가 같이 투자한다고 모든 돈을 합쳐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여기서는 내 생각도 조금 다르다.

부부가 함께 투자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모든 계좌를 합치고 모든 소비를 서로 확인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나는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부마다 돈을 관리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생활비를 완전히 합치는 집도 있고 각자 관리하면서 공동비용만 모으는 집도 있을 것이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모든 돈을 물리적으로 하나로 만드는 것보다 서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 싶다.

Vanguard도 결혼 후 재정 계획을 다룬 자료에서 투자 방법부터 결정하기보다 먼저 서로 저축과 소비, 투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공동의 목표를 정하는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이 순서가 꽤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어떤 ETF를 살까?”가 아니라 “우리는 이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먼저라는 것이다.

아내와 같이 하니 이상하게 단기 수익률 욕심도 조금 줄었다

이 부분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다.

혼자 계좌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된다.

누군가는 올해 30% 벌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개별주로 몇 배를 벌었다는 이야기도 보인다.

그러면 평범하게 ETF를 적립하고 있는 내 계좌가 너무 느린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나도 조금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하는 투자라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기준이 다시 우리 쪽으로 돌아온다.

다른 사람이 얼마를 벌었는지가 우리 부부의 목표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누군가 1년 만에 큰돈을 벌었다고 해서 우리까지 같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중요한 건 남의 수익률이 아니라 우리가 정한 방향이다.

Investor.gov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있으면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획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에게는 이게 꽤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계좌 수익률은 매일 바뀌지만 우리 부부가 왜 투자하는지는 매일 바뀔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같이 투자한다고 생각하니 ETF를 설명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하나 달라진 게 있다.

혼자 투자할 때는 내가 대충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이거 유명하니까 괜찮겠지.”

“다들 많이 사니까 괜찮겠지.”

이 정도 생각으로 매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불편해진다.

왜 이 ETF를 사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에 투자하는 상품인지.

어떤 상황에서 많이 떨어질 수 있는지.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왜 장기간 가지고 가려고 하는지.

이런 질문에 내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사실 나도 그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부부 투자의 의외의 장점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투자 논리를 한번 더 검토하게 된다.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어려운 금융용어를 늘어놓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쉽게 설명하지 못하면 내가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요즘은 투자금보다 함께 쌓이는 기준이 더 중요해 보인다

아내와 미국 ETF를 같이 산다고 해서 특별한 투자자가 되는 건 아니다.

수익률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둘의 의견이 다르면 혼자 투자할 때보다 번거로울 수도 있다.

한 사람은 조금 더 공격적으로 하고 싶고 다른 사람은 안정적으로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지금까지 매달 적립하면서 이 과정 자체가 꽤 의미 있다고 느끼고 있다.

ETF가 오르면 왜 올랐는지 이야기해보고, 많이 떨어지면 우리가 그래도 계속 투자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투자금을 늘리고 싶을 때는 우리 생활에 부담이 없는지도 보게 된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반복하다 보니 돈에 대한 기준도 조금씩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투자를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높은 수익률이 떠올랐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나에게 맞는 수준의 위험을 알고, 생활에 무리가 없는 금액을 넣고, 오래 유지하는 것도 충분히 투자 실력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투자한다면 한 가지가 더 붙는다.

둘 다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는 것.

우리 부부의 미국 ETF 적립식 투자가 앞으로 어떤 결과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몇 년 뒤 지금보다 훨씬 좋은 계좌를 보고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긴 하락장을 지나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지금 한 가지 마음에 드는 점은 있다.

월급날마다 ETF를 한 번 더 사면서 투자금만 쌓이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느 정도 위험을 감당하고,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지에 대한 대화도 같이 쌓이고 있다.

처음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오히려 이게 아내와 함께 미국 ETF를 사면서 발견한 가장 큰 장점처럼 느껴진다.


참고한 자료

FINRA - Keep the Harmony Alive: Discussing Money and Investing With Your Partner
https://www.finra.org/investors/insights/keep-harmony-alive-discuss-money-investing-with-partner

Vanguard - Money and marriage: Building a financial future together
https://investor.vanguard.com/investor-resources-education/article/money-and-marriage-building-a-financial-future-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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