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P500을 볼 때마다 비슷한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자산이라도 너무 비싸게 사면 결국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 아닌가?
이 질문 자체는 꽤 합리적으로 들린다. 실제로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낮은 편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자산배분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이나 현금을 늘려야 하는 걸까.
처음에는 나도 이 두 가지가 거의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S&P500이 비싸다고 판단한다면 주식을 줄이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자산배분을 조금 더 찾아볼수록 여기에는 생각보다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었다.
장기적인 자산배분을 정하는 것과, 시장이 비싸 보인다는 이유로 비중을 바꾸는 것은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판단일 수 있다는 점이다.
S&P500이 비싸 보인다는 느낌에는 근거가 없지는 않았다
먼저 지금 미국 주식이 싸다고 우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Vanguard가 2026년 7월 발표한 자본시장 전망을 보면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높은 수준에서 더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Vanguard의 자체 평가 방식에서는 미국 전체 주식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표본에서 거의 가장 높은 구간에 들어왔다고 봤고, 그 영향으로 향후 10년 미국 주식의 연환산 기대수익률 전망도 4.2~6.2% 범위로 낮아졌다.
물론 여기서 조심할 부분이 있다.
이 숫자는 앞으로 S&P500이 연 4.2~6.2%를 정확히 번다는 뜻이 아니다.
경제 성장, 기업 이익, 금리, 밸류에이션 등을 이용해 장기간의 가능성을 추정한 모델 결과다. 실제 시장은 얼마든지 이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그래도 적어도 "미국 주식 가격이 지금 부담스럽다"는 고민 자체가 근거 없는 걱정은 아니라는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비싸다는 것과 곧 떨어진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여기서 내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어떤 자산의 가격이 역사적으로 비싸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서 언제 조정이 시작될지까지 알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비싼 시장이 더 비싸질 수도 있다.
기업 이익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지금의 높은 가격이 나중에는 덜 비싸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실제로 큰 조정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부분이 밸류에이션을 투자 타이밍 도구로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느꼈다.
FINRA도 시장 타이밍을 단기 가격 움직임을 예상해 시장이나 자산 사이를 오가는 전략으로 설명하는데, 말처럼 쉬운 전략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주식을 줄이는 시점만 맞히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주식을 늘릴 시점까지 맞혀야 한다.
이걸 생각하니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졌다.
예를 들어 주식 70%를 40%까지 줄였다고 생각해봤다
아주 단순한 가정을 해보자.
원래 내 자산배분이 주식 70%, 채권과 현금 30%였다고 하자.
S&P500이 너무 비싸 보인다는 이유로 주식을 40%까지 줄였다.
그리고 정말 몇 달 뒤 시장이 20% 떨어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판단이 아주 좋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제 문제가 하나 남는다.
언제 다시 70%로 돌아갈 것인가?
20% 하락했을 때?
30% 하락했을 때?
경기침체가 끝났다는 뉴스가 나온 뒤?
기업 실적이 회복된 뒤?
문제는 시장이 가장 무서울 때 가격은 이미 크게 떨어져 있을 수 있고, 모든 경제지표가 좋아졌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는 시장이 상당 부분 회복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고평가니까 줄인다"는 한 번의 판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매도와 재진입이라는 최소 두 번의 판단이 필요했다.
내 돈이라고 생각하니 이 차이가 꽤 크게 느껴졌다.
자산배분은 시장 전망보다 내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이 조금 달랐다
미국 SEC의 Investor.gov 자료를 보면 자산배분을 정할 때 핵심으로 보는 것은 시장이 이번 달 비싼지 싼지가 아니다.
투자기간과 위험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다.
예를 들어 투자기간이 길고 큰 가격 변동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과, 몇 년 뒤 반드시 써야 하는 돈을 투자하고 있는 사람이 같은 주식 비중을 가질 이유는 없다.
이 설명을 보고 나는 자산배분을 바라보는 순서를 조금 바꾸게 됐다.
예전에는
"지금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 같지?"
부터 생각했다면,
요즘에는
"나는 원래 어느 정도의 주식 변동성을 감당하려고 했지?"
라는 질문을 먼저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꽤 다르다.
현재 S&P500의 집중도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가격 외에 한 가지 더 눈에 들어온 부분은 S&P500 안의 집중도였다.
S&P Dow Jones Indices 자료를 보면 2026년 8월 말 기준 S&P500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지수의 약 37.8%를 차지하고 있다.
정보기술 섹터의 비중도 약 37.9%였다.
500개 기업에 투자한다고 하면 굉장히 고르게 분산된 느낌이 드는데, 실제 비중은 시가총액이 큰 기업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는 셈이다.
나는 이걸 보고 오히려 "S&P500을 팔아야 한다"기보다 다른 질문이 생겼다.
내 포트폴리오 전체가 미국 대형 성장주와 같은 방향으로 너무 많이 기울어진 것은 아닐까?
S&P500에 나스닥100, 반도체 ETF까지 더 가지고 있다면 ETF 이름은 여러 개여도 실제 위험요인은 생각보다 비슷할 수 있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이 질문이 단순히 S&P500의 PER이 몇 배인지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주가가 올랐다고 주식을 줄이는 것과 리밸런싱은 조금 달랐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리밸런싱이다.
가령 처음에 주식 70%, 채권 30%를 정했다고 해보자.
주식이 크게 올라 시간이 지나면서 비율이 80대 20이 됐다면, 원래 계획했던 위험 수준보다 주식 비중이 커진 상태다.
이때 주식을 일부 줄이거나 새로 들어가는 돈을 채권 쪽에 더 넣어 다시 70대 30 근처로 맞추는 게 리밸런싱이다.
이건
"S&P500이 곧 떨어질 것 같으니 주식을 줄이자."
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미래 시장을 예측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래 정했던 위험 수준으로 돌아가는 행동에 가깝다.
SEC와 FINRA 역시 시장 움직임 때문에 포트폴리오 비중이 목표에서 벗어날 경우 다시 원래 자산배분으로 맞추는 과정을 리밸런싱으로 설명한다.
이 차이를 알고 나니 비싼 시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계획에 따라 리밸런싱하는 것도 완전히 다른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밸류에이션을 아예 무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러면 주가가 아무리 비싸도 계속 같은 비중으로 사면 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나도 이 부분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고 싶지는 않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 장기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고, 특정 지역이나 스타일에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집중됐는지 확인할 이유도 생긴다.
실제로 Vanguard의 최근 장기 전망에서도 미국 주식보다 미국 가치주나 미국 외 선진국 주식 등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기대수익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료를 보고
"그러니까 지금 미국 주식을 팔아야 한다."
라고 바로 연결하면 한 단계가 빠져 있는 것 같다.
전망은 전망이고, 내 자산배분은 투자기간·위험감수 수준·보유자산·앞으로 들어갈 돈까지 같이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비싸냐'보다 '비중이 왜 이렇게 되어 있나'를 먼저 보려고 한다
S&P500이 지금 싸냐 비싸냐고 묻는다면 나 역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높은 밸류에이션도 그렇고 상위 몇 개 기업의 비중이 상당히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자산배분을 공부하면서 조금 달라진 건 그다음 행동이다.
예전 같으면
"비싸다 → 떨어질 것 같다 → 주식을 줄여야 하나?"
로 생각이 바로 이어졌을 것 같다.
지금은 그 중간에 질문을 하나 더 넣게 된다.
"내가 처음 정했던 자산배분이 지금도 내 투자기간과 위험감수 수준에 맞는가?"
맞다면 시장 전망 때문에 큰 폭으로 흔들기보다는 비중이 계획에서 벗어났는지 확인하는 쪽이 나에게는 더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느껴진다.
반대로 처음 정한 자산배분 자체가 너무 공격적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면 그건 시장 타이밍과 별개로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결국 같은 '주식을 줄이는 행동'이라도 이유가 완전히 다를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서 다음 고민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S&P500 비중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해도 포트폴리오 안에 나스닥100이나 반도체 ETF까지 있다면 과연 나는 정말 분산하고 있는 걸까?
자산배분을 공부할수록 ETF가 몇 개인지보다 내가 실제로 어떤 위험을 몇 퍼센트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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