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배분을 공부하면서도 한동안 금은 조금 애매한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주식은 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을 기대할 수 있다.
채권은 적어도 이자를 준다.
그런데 금은 배당도 없고 이자도 없다.
그렇다면 장기간 돈을 굴리는 사람 입장에서 굳이 금을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가 뭘까?
나는 이 질문 때문에 금을 꽤 오랫동안 다른 자산과 같은 기준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얼마나 오를까.
기대수익률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 사면 비싼 건 아닐까.
그런데 자산배분을 계속 생각하다 보니 금을 평가하는 질문 자체를 조금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이 주식보다 많이 오를지를 보는 게 아니라, 주식과 채권이 흔들릴 때 포트폴리오 전체에서 다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금의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걸렸다
솔직히 이 부분은 지금도 완전히 사라진 의문은 아니다.
기업은 돈을 번다.
채권은 약속된 이자를 지급한다.
부동산이라면 임대료라는 현금흐름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반면 금 한 덩어리를 10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금 자체가 두 덩어리로 늘어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장기투자를 생각하면 생산적인 자산을 들고 있는 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나처럼 앞으로 오랫동안 적립식으로 투자하려는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복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자도 배당도 없는 자산은 어딘가 아쉬워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한쪽만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산배분의 모든 구성원이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도 항상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내 자산배분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구조는 역시 주식과 채권이다.
주식에서 성장을 가져가고 채권으로 변동성을 조금 낮추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것도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는 건 아니다.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크게 오르는 환경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함께 부진할 수도 있다.
World Gold Council의 2026년 자료도 최근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과거보다 높아진 기간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상관관계라는 말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느냐를 나타내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식이 떨어질 때 채권까지 같이 떨어진다면 채권을 섞은 효과가 기대보다 작아질 수 있다.
이때 금처럼 움직이는 이유가 다른 자산이 하나 더 있으면 포트폴리오 전체가 한 방향으로 몰리는 정도를 줄일 가능성이 생긴다.
이 지점에서 금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금의 핵심은 수익률보다 '다르게 움직이는 것'에 가까웠다
World Gold Council이 2026년 9월 11일까지 집계한 자료에서도 금과 여러 자산의 상관관계는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관은 금이 평상시에는 주식과 어느 정도 함께 움직일 수 있지만 시장 스트레스가 커질 때는 관계가 약해지거나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contentReference[oaicite:0]{index=0}
물론 여기서는 한 가지 조심할 게 있다.
World Gold Council은 금 산업을 대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금의 투자 가치를 설명하는 자료를 볼 때는 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논문도 같이 찾아봤다.
2010년 Journal of Banking & Finance에 실린 Baur와 McDermott의 연구에서는 1979년부터 2009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했는데, 금이 미국과 주요 유럽 주식시장에서는 헤지 또는 안전자산 역할을 한 사례가 있었지만 모든 국가와 모든 시장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contentReference[oaicite:1]{index=1}
이 부분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주식이 떨어지면 금은 무조건 오른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금은 정말 위기 때 나를 지켜주는 자산일까
금 이야기를 하면 흔히 '안전자산'이라는 표현부터 나온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요즘 조금 조심해서 보게 된다.
안전자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치 주식이 20% 떨어질 때 금은 반드시 20% 올라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 연구 결과는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
금의 안전자산 성격은 시장, 기간, 위기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고 어떤 연구에서는 그 효과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집중되기도 했다. 장기적인 모든 하락장을 자동으로 막아주는 보험처럼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contentReference[oaicite:2]{index=2}
나는 이걸 보고 오히려 금의 역할을 조금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포트폴리오 손실을 없애주는 자산이 아니라, 여러 자산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위험을 조금 나눠주는 자산.
이 정도가 내가 이해하기에는 가장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금값 자체가 꽤 높은 게 마음에 걸린다
자산배분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금을 늘리기에는 지금 가격도 무시하기 어렵다.
World Gold Council의 2026년 2분기 자료를 보면 LBMA 금 가격은 분기 평균 온스당 4,506달러 수준이었다.
2025년 같은 기간보다 약 37% 높은 수준이다. 2026년 1분기에 기록했던 높은 가격에서는 다소 내려왔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상당한 가격대다. :contentReference[oaicite:3]{index=3}
재미있는 건 이렇게 가격이 높은데 투자자들이 한 방향으로 계속 몰린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2026년 2분기 글로벌 금 ETF에서는 약 45톤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앙은행들은 약 289톤을 순매수했다. 다만 상반기 전체 중앙은행 순매수량은 345톤으로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상반기 수준이었다. :contentReference[oaicite:4]{index=4}
한쪽에서는 사고, 다른 쪽에서는 팔고 있다.
이걸 보면서 나는 다시 같은 생각으로 돌아오게 된다.
최근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금을 사고, 반대로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금을 완전히 제외하는 것도 결국 가격 방향을 맞히려는 판단 아닐까.
중앙은행이 금을 산다는 뉴스도 그대로 따라가기는 애매했다
요즘 금 이야기를 보면 중앙은행 매수가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2026년 2분기 중앙은행 순매수량은 289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했다.
폴란드와 중국 등을 포함해 여러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렸다. :contentReference[oaicite:5]{index=5}
이런 숫자를 보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도 금을 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는 중앙은행과 내 포트폴리오의 목적이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운용하고 국가 차원의 통화·신용 위험과 준비자산 분산을 고민한다.
나는 은퇴까지 오랜 기간 자산을 키우는 개인투자자다.
같은 금을 사더라도 목적이 다르다.
그래서 '중앙은행도 산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자료지만 그것만으로 내 금 비중을 결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내가 금을 다시 보게 된 건 수익률 때문이 아니었다
이 부분에서 내 생각이 꽤 달라졌다.
예전에는 자산을 보면 먼저 기대수익률부터 비교하려고 했다.
S&P500은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까.
채권 수익률은 지금 몇 퍼센트일까.
금은 장기적으로 얼마나 올랐을까.
이렇게 놓고 보면 굳이 현금흐름도 없는 금을 넣어야 하는 이유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포트폴리오 안에서 역할을 나눠서 생각하려고 한다.
| 자산 | 내가 생각하는 주요 역할 |
|---|---|
| 주식 | 장기적인 자산 성장 |
| 초단기채·현금성 자산 | 안정성, 유동성, 리밸런싱 여력 |
| 중기채 | 이자수익과 금리 변화에 대한 노출 |
| 금 | 주식·채권과 다른 위험요인에 대한 분산 |
이렇게 보면 금에게 주식 같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조금 이상할 수도 있다.
축구로 치면 공격수에게 골을 넣으라고 하고 골키퍼에게도 골 숫자로 평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각자 포트폴리오에서 맡은 역할이 다르다면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그래도 금을 많이 넣고 싶지는 않은 이유가 있다
여기까지 금의 장점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금 비중을 크게 가져가는 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현금흐름이 없다는 점이다.
금 가격 상승은 결국 나중에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으로 사줄 때 실현된다.
주식처럼 기업 이익이 성장하는 구조와는 다르다.
그리고 금 역시 가격 변동성이 있다.
안전자산이라는 단어 때문에 마치 원금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자산처럼 생각하면 곤란하다.
높은 가격에 매수하면 장기간 만족스럽지 않은 수익률을 경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금 가격이 이미 큰 폭으로 올라온 상황에서는 최근 수익률을 보고 뒤늦게 비중을 크게 늘리고 싶은 유혹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산하려고 넣은 자산이 어느 순간 수익률을 쫓는 자산으로 바뀌면 처음 넣었던 목적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5%냐 10%냐보다 먼저 답하고 싶은 질문이 있다
금 자산배분을 검색하면 몇 퍼센트를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다.
5%가 좋다는 의견도 있고 10%를 이야기하는 자료도 있다.
World Gold Council 역시 여러 가상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면서 금을 2.5%, 5%, 7.5%, 10%씩 추가했을 때 과거 위험조정수익률이나 최대낙폭이 개선됐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다만 이는 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가상 분석이며, 해당 기관 자체가 금 산업을 대표한다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 :contentReference[oaicite:6]{index=6}
그래서 나는 이런 숫자를 그대로 정답으로 가져오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내게는 이 질문이 먼저다.
"내 포트폴리오에서 금이 없으면 어떤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금을 넣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여기에 답하지 못한 상태에서 5%나 10%라는 숫자부터 정하는 건 순서가 반대인 것 같다.
지금 내 생각은 금을 '수익 자산'보다 '보험료가 있는 분산 자산'으로 보는 쪽에 가깝다
금에 대한 내 생각은 예전보다 분명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금이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건 아니다.
주식과 채권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만 나는 주식 비중을 꽤 높게 가져가면서 채권도 일정 수준 유지하는 장기 자산배분을 생각하고 있다.
그런 내 입장에서 금을 보는 이유는 S&P500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주식과 채권 모두에게 좋지 않은 환경이 왔을 때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자산 하나를 추가하는 것.
이 정도 역할이라면 금이 왜 자산배분 이야기에서 계속 등장하는지는 이제 조금 이해가 된다.
반대로 금값이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비중을 갑자기 크게 늘리는 것도 내가 원하는 자산배분과는 조금 다르다.
결국 내가 요즘 계속 돌아오는 기준은 똑같다.
가장 많이 오를 자산을 찾기보다 주식, 채권, 현금, 금이 각각 다른 이유로 존재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
자산배분을 공부할수록 상품을 하나 더 고르는 것보다 이 역할을 분명하게 정하는 일이 훨씬 어렵고, 또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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