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산배분에서 채권 비중을 꽤 중요하게 보는 편이다.
장기투자를 한다고 해서 주식 100%로 가기보다는, 대략 30% 정도는 채권을 두고 싶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정하고 나니 오히려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채권 30%라고 해놓고 그 대부분을 초단기 미국채로 들고 있다면, 나는 정말 '채권 자산배분'을 하고 있는 걸까?
초단기채는 마음이 편하다.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 편이고 금리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미국 국채가 만기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는지 하나씩 찾아보다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초단기채와 중기채는 단순히 만기가 다른 같은 상품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 자체가 다를 수 있었다.
초단기 미국채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사실 꽤 분명하다
내가 채권에서 가장 먼저 원했던 건 큰 수익이 아니었다.
주식 비중이 이미 포트폴리오의 성장 역할을 맡고 있으니 채권까지 큰 가격 변동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만기가 매우 짧은 미국 국채에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초단기 국채는 만기가 가까워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작다. 미국 SEC도 채권은 금리가 움직이면 가격이 변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기존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새 채권이 나오면 기존 채권의 시장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만기가 짧으면 그 영향을 받을 시간이 짧다.
내 입장에서는 이게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주식에서는 변동성을 감수하되, 채권 쪽에서는 굳이 마음 졸일 일을 만들지 않는 것.
자산배분을 그렇게 생각하면 초단기채 비중이 커진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채권 가격이 안 움직이는 게 항상 장점일까
여기서부터 조금 헷갈리기 시작했다.
채권을 보유하는 목적이 단순히 돈을 잠시 세워두는 것이라면 초단기채가 꽤 잘 맞는다.
그런데 나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자산배분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채권 30% 전체를 사실상 현금에 가까운 성격으로 가져가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생겼다.
2026년 9월 15일 미국 재무부 자료를 보면 미국 국채 금리는 3개월물이 4.11%, 2년물이 4.67%, 5년물이 4.83%, 10년물이 5.00%였다.
현재는 만기가 길어질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구간이 나타나고 있다.
| 미국 국채 만기 | 2026년 9월 15일 수익률 | 내가 보는 성격 |
|---|---|---|
| 3개월 | 4.11% | 현금성 자산에 가까움 |
| 2년 | 4.67% | 단기 금리 노출 |
| 5년 | 4.83% | 중기 금리 노출 |
| 10년 | 5.00% | 금리 변화에 더 민감 |
물론 이 표만 보고 "10년물이 더 높으니 10년물을 사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수익률 옆에 따라오는 위험이다.
초단기채에는 내가 처음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위험이 하나 있었다
초단기채는 가격 변동이 작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장기간 들고 간다고 생각하면 다른 문제가 보인다.
재투자 위험이다.
말이 조금 어렵지만 뜻은 단순하다.
3개월짜리 채권이 만기가 되면 다시 새 채권을 사야 하는데, 그때 시장금리가 크게 내려가 있으면 예전과 같은 이자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지금 4%대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그 수준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금리가 내려가면 초단기채 ETF의 보유 채권도 빠르게 낮은 금리의 새 채권으로 교체된다.
나는 처음에는 "금리가 떨어져도 채권이니까 좋은 것 아닌가?" 정도로 생각했는데 초단기채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금리가 떨어져도 가격 상승 효과는 제한적인데, 새로 받을 이자는 비교적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안정성을 얻는 대신 금리를 오래 고정할 수 없는 셈이다.
중기채는 반대로 금리가 움직이면 가격까지 움직인다
중기채는 이 부분이 완전히 다르다.
Vanguard의 중기 미국 국채 펀드를 보면 평균 만기가 대략 5~10년 범위이고, 최근 평균 듀레이션은 약 5년 정도다.
듀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오면 처음에는 복잡하게 느껴지는데, 나는 그냥 "금리가 움직일 때 채권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지를 가늠하는 숫자"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듀레이션이 약 5년이라면 금리가 움직일 때 초단기채보다 가격이 훨씬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금리가 오르면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이건 내가 중기채를 선뜻 늘리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채권을 넣는 이유가 포트폴리오를 안정시키려는 것인데, 채권 ETF 가격이 몇 퍼센트씩 떨어지는 걸 보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전에 미국 국채인데도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보면서 "국채면 안전한 것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걸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보다는 무슨 위험을 가지고 있는 채권인지 구분해야 하는 문제라고 보는 쪽에 가깝다.
내가 중기채를 고민하는 이유는 금리 하락을 맞히고 싶어서가 아니다
여기가 내 생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앞으로 금리가 떨어질 것 같으니 중기채를 사자."
처음에는 나도 이런 생각을 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중기채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으니 초단기채보다 수익을 더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자산배분을 계속 생각하다 보니 이 논리는 조금 경계하게 됐다.
금리 방향을 맞히는 것이 핵심이라면 사실 이것도 시장 타이밍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5년물이나 10년물 금리가 반드시 같은 폭으로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장기 금리는 물가 기대, 경제성장 전망, 국채 공급, 기간 프리미엄 같은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지금 내가 중기채를 검토하는 이유는 조금 달라졌다.
금리를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초단기채 하나에 몰려 있는 채권의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내 채권 30%를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한 게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자산배분을 꽤 단순하게 생각했다.
주식 70, 채권 30.
그러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채권 안으로 들어가 보니 30이라는 숫자 하나로 묶기에는 성격이 너무 달랐다.
초단기채는 유동성과 안정성에 가깝다.
중기채는 어느 정도의 금리 민감성을 받아들이는 대신 현재 금리를 보다 오래 확보하고, 금리가 하락하는 환경에서는 가격 상승 가능성도 가진다.
장기채는 그 성격이 훨씬 강해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나는 채권 30%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채권 30%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걸 깨닫고 나니까 중기채를 볼 때 수익률보다 먼저 역할을 보게 됐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건 '초단기채냐 중기채냐'의 선택이 아니다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면 답이 잘 안 나온다.
초단기채에는 초단기채의 장점이 있다.
변동성이 낮고, 큰 조정이 왔을 때 다른 자산을 살 수 있는 대기자금 역할도 하기 좋다.
특히 나는 주식을 장기간 계속 적립할 생각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이렇게 흔들림이 작은 자산이 있다는 게 심리적으로 꽤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채권 전체를 그 역할 하나로만 채울 필요가 있는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그래서 내가 요즘 보는 방법은 이런 쪽이다.
채권의 일부는 초단기로 두고, 일부는 중기채로 나눠 서로 다른 역할을 맡기는 것.
실제로 나도 채권 비중 가운데 일부를 중기채 쪽으로 가져가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정확히 몇 퍼센트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채권 30% 전체가 사실상 한 가지 금리 환경에만 반응하는 구조보다는 여러 만기에 나눠져 있는 편이 내 자산배분 목적에 더 맞는지 보고 있는 과정에 가깝다.
그렇다고 장기채까지 꼭 가져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그러면 장기채까지 넣으면 더 분산되는 것 아닌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장기채를 단순히 '채권이니까 안전하다'는 이유로 크게 가져가는 데는 조심스럽다.
30년 국채처럼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가 움직일 때 가격 변동도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채권에서 내가 원하는 역할과 너무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주식에서 이미 상당한 변동성을 감수하고 있다면 채권까지 큰 변동성을 추가해야 하는지는 따로 생각해볼 문제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초단기에서 바로 장기채로 뛰어가기보다는 중간 지점인 중기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내 돈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무엇이 더 오를까'보다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초단기채와 중기채 가운데 앞으로 어느 쪽 수익률이 더 높을지는 사실 나도 모른다.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초단기채가 계속 괜찮아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금리가 빠르게 내려가면 현재 금리를 어느 정도 확보한 중기채가 유리할 수 있고 가격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런데 자산배분을 공부할수록 이걸 맞히는 게 내 목표는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나는 앞으로도 주식 비중을 꽤 높게 가져가면서 장기간 적립할 생각이다.
그러면 채권에서 필요한 건 주식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주식과 다른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초단기채가 나에게 주는 안정감은 여전히 마음에 든다.
그래서 모두 중기채로 바꾸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예전처럼 채권 30%를 거의 전부 같은 성격으로 가져가는 게 가장 좋은지는 이제 조금 의문이 생겼다.
내가 지금 중기채를 보고 있는 이유도 결국 이것 때문이다.
수익률을 더 얻기 위해 채권을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채권 안에서도 서로 다른 역할을 만들어두는 것.
요즘 내가 생각하는 자산배분은 점점 이런 방향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니 다음 질문도 생긴다.
초단기채와 중기채를 나눈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나눠야 의미가 있을까.
채권 30%라는 숫자보다 어쩌면 그 안의 구성이 더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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