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미국주식이 좋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내 자산을 전부 주식에 넣는 게 편한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 이야기를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다음 질문이 생겼다.
그러면 주식이 아닌 자리는 뭘로 채워야 할까?
그냥 현금으로 들고 있으면 되는 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채권을 일정 부분 넣어야 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솔직히 채권은 처음 보면 매력이 크지 않다. 주식처럼 기업이 성장하면서 가격이 몇 배씩 올라갈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장기투자를 한다면 결국 주식 비중이 높은 쪽이 더 낫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자료를 조금 찾아보다 보니 내가 채권을 너무 '수익률 낮은 투자상품'으로만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채권을 넣으면 수익률을 포기하는 것 아닐까
내가 처음 이 주제를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의문이 이것이었다.
장기적으로 자산을 키우는 게 목적이라면 성장성이 높은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할 텐데, 굳이 채권을 섞어서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을까?
논리 자체가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기업의 성장과 이익 증가에 참여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장기간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나는 실제 투자기간 내내 주식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설명을 위해 1억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주식시장이 30% 하락하면 평가금액은 약 7천만 원이 된다.
장기투자자는 '언젠가는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계좌에서 3천만 원이 사라져 있는 것을 보는 것과 책에서 -30%라는 숫자를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포트폴리오는 가장 높은 기대수익률만 가지고 설계하는 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견딜 수 있는 구조인가까지 같이 생각해야 했다.
찾아보니 채권의 역할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최근 자료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채권을 단순히 '수익률이 낮은 안전자산' 정도로 보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Vanguard는 2026년 시장 전망에서 고품질 미국 채권의 장기적인 기대수익과 포트폴리오 분산 역할을 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금리가 과거 초저금리 시대보다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지금은 채권에서 받을 수 있는 이자수익 자체가 이전보다 의미 있는 환경이라는 설명이었다.
여기까지 보면 '역시 채권을 넣으면 되겠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조금 더 찾아보면 이야기가 다시 복잡해진다.
BlackRock의 2026년 전망에서는 장기채가 예전처럼 항상 안정적인 분산 수단이 될 것이라고 보는 데 조금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정부부채, 장기금리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는 장기채 역시 가격 변동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채권이라고 전부 같은 채권이 아니었다.
단기채와 장기채는 이름만 같은 채권에 가까웠다
이 부분을 알고 나니 채권 비중을 몇 퍼센트 가져갈 것인가보다 오히려 어떤 채권을 가지고 있을지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자산 | 포트폴리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역할 | 생각해볼 위험 |
|---|---|---|
| 현금 |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 장기간 보유하면 물가 상승에 구매력이 떨어질 수 있음 |
| 단기 국채 | 이자수익과 비교적 낮은 가격 변동성 | 금리가 낮아지면 재투자 수익률도 낮아질 수 있음 |
| 중기 국채 | 수익과 금리 민감성의 중간 영역 | 시장금리 변화에 따라 가격이 움직임 |
| 장기 국채 | 금리가 크게 떨어질 때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큼 |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가격 하락폭도 커질 수 있음 |
| 주식 | 기업 성장에 따른 장기적인 자산 증식 | 큰 폭의 가격 변동 가능성 |
특히 장기채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듀레이션이다.
처음 보면 어려워 보이는데,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금리가 움직였을 때 채권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숫자에 가깝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보통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해진다.
그래서 장기 미국 국채를 단순히 '미국 정부가 발행했으니 안전하다'고 이해하면 조금 이상해진다. 미국 정부가 원리금을 지급할 가능성과 내가 들고 있는 장기채 ETF의 시장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은 오른다는 말도 항상 맞지는 않았다
이 부분도 생각보다 의외였다.
주식과 채권을 같이 가지고 있는 가장 유명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두 자산이 서로 다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때 채권이 상대적으로 버텨준다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을 보면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는 시대에 따라 계속 달라졌다.
쉽게 말하면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은 반드시 오른다'라는 공식은 없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충격처럼 주식 가격과 채권 가격을 동시에 압박하는 상황에서는 둘이 같이 떨어질 수도 있다.
2026년에 개정된 NBER의 주식·채권 동조화 연구에서도 미국 주식과 국채의 관계가 과거 수십 년 동안 양(+)과 음(-)의 상관관계를 오갔다는 점을 다루고 있다.
이걸 보고 나니 채권을 주식 하락을 완벽하게 막아주는 보험처럼 생각하는 것도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유명한 주식 60%, 채권 40%가 답일까
주식과 채권 이야기를 찾아보면 결국 60대 40 포트폴리오가 자주 등장한다.
주식 60%, 채권 40%를 가지고 장기간 운용하는 전통적인 자산배분 방식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숫자부터 따라가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20년 이상 투자할 수 있는 사람과 3년 뒤 집을 살 돈이 필요한 사람이 같은 비중을 가져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 하락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과 계좌가 20%만 떨어져도 잠을 이루기 어려운 사람 역시 같은 포트폴리오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나 같으면 '채권을 30% 넣을까, 40% 넣을까?'보다 먼저 이런 질문을 해볼 것 같다.
- 이 돈을 언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가?
- 주식시장이 크게 떨어져도 계속 투자할 수 있는가?
- 채권에 기대하는 것이 이자수익인지, 변동성 완화인지, 비상자금 역할인지?
- 단기채와 장기채의 가격 변동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먼저 나오고 나서 비중을 정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
내 돈이라고 생각하니 질문 자체가 조금 달라졌다
처음 이 주제를 잡았을 때는 사실 '장기간 투자할 거라면 주식 비중을 최대한 높이는 게 합리적인 것 아닌가?'라는 쪽에 더 가까운 질문이었다.
그런데 자료를 계속 보다 보니 최고 수익률을 만드는 포트폴리오와 내가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포트폴리오는 꼭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부분이 꽤 중요하게 느껴졌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주식 100%도 별로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채권을 가지고 있으면 주가가 오를 때마다 '저 돈도 주식에 넣었으면 더 벌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진짜 성격은 시장이 좋을 때보다 좋지 않을 때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내 돈이라고 생각해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자산이 가장 많이 오를지를 맞히는 게 아니라 큰 하락장이 와도 계획을 망가뜨리지 않을 구조를 만드는 것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채권은 주식보다 수익률이 낮아서 어쩔 수 없이 넣는 자산이라기보다, 주식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기 위해 함께 두는 자산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채권은 무조건 안전하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채권을 공부하면서 오히려 경계하게 된 말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채권을 늘리면 된다', '채권은 안전자산이다',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이 방어해준다' 같은 설명이다.
큰 방향에서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지만 실제 투자는 그보다 조금 복잡하다.
단기채인지 장기채인지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다르고, 국채인지 회사채인지에 따라서도 위험의 종류가 달라진다.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채권이 좋은가?'라는 질문 자체가 조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어떤 채권을, 어떤 목적으로, 어느 정도 기간 보유할 것인가.
이쪽이 훨씬 중요한 질문에 가까워 보인다.
지금 내 기준에서는 비중보다 역할부터 정하고 싶다
아직 몇 퍼센트가 정답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채권 비중 자체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생활비나 가까운 시기에 쓸 돈을 위한 자산인지, 주식의 변동성을 조금 줄이기 위한 자산인지, 아니면 금리 하락에 따른 가격 상승까지 노리는 투자자산인지에 따라 선택해야 할 채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주식과 채권을 '수익률 높은 자산과 낮은 자산' 정도로 나눠봤다면, 지금은 각각 포트폴리오에서 맡는 역할이 다른 자산이라고 보는 편이 더 이해가 잘 된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현금처럼 보이는 미국 초단기채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채권은 실제로 얼마나 다른 걸까?
다음에는 이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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