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이자도 배당도 없는데, 그래도 포트폴리오에 넣을 이유가 있을까

채권을 하나씩 보다 보니 이상하게 금까지 관심이 갔다.

주식은 기업이 돈을 벌면 그 성장에 참여할 수 있고, 채권은 적어도 이자를 준다.

그런데 금은 조금 이상하다.

금 한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년에 금이 1.05돈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배당이나 이자가 입금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중앙은행까지 금을 보유한다.

그럼 도대체 뭘 기대하고 사는 걸까?

처음에는 나도 금을 그냥 인플레이션이나 위기가 왔을 때 오르는 자산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금 시장과 관련 자료를 보다 보니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였다.

금은 가만히 두면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금에 대해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걸렸던 부분이 이것이다.

주식은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 이익을 만들어낸다. 그 이익을 다시 투자하면서 기업 가치가 커질 수도 있고 일부는 배당으로 받을 수도 있다.

채권도 정해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 자체에서는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는다.

Vanguard도 2026년 포트폴리오 관련 자료에서 금과 은 같은 자산은 기업의 이익, 배당, 이자처럼 자체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금에서 수익이 나려면 나중에 금 가격 자체가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

이 말을 듣고 나면 금보다 주식이 훨씬 합리적인 투자처럼 느껴진다.

나도 장기간 자산을 키우는 목적만 놓고 보면 여전히 이 부분에는 꽤 동의한다.

그런데 포트폴리오라는 걸 생각하면서 질문이 조금 바뀌었다.

모든 자산이 반드시 돈을 가장 많이 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걸까?

주식과 채권을 공부하다 보니 금이 보이기 시작했다

앞에서 장기채를 찾아보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었다.

나는 원래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이 어느 정도 막아주는 그림을 떠올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크게 문제가 되는 환경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흔들릴 수도 있다.

2022년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면 주식도 아니고 채권도 아닌 자산을 조금 가지고 있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바로 여기서 금의 존재 이유가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금은 기업 실적에 직접 연결되지 않고, 특정 정부가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아니다.

주식이나 채권과 가격을 움직이는 원인이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움직임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은 위기 때 반드시 오른다'고 생각하면 또 이상해진다

금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듣는 표현이 안전자산이다.

하지만 안전자산이라는 단어도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Vanguard는 2026년 자료에서 금이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 통화 불안, 시장 스트레스 시기에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 적은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금 역시 큰 폭의 하락과 장기간의 부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보험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 설명이 개인적으로는 꽤 와닿았다.

금이 위험할 때마다 무조건 오른다면 사실 투자하기가 너무 쉬울 것이다.

주식이 내려가는 날마다 금을 가지고 있으면 되고,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것 같을 때 금을 사면 되니까 말이다.

실제 시장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라는 말도 절반만 들으면 위험했다

나도 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물가상승을 생각했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실물자산인 금의 가격이 올라 구매력을 지켜준다는 논리다.

장기간으로 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설명이다.

그런데 2026년에 발표된 금과 미국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가 흥미로웠다.

1968년부터 2025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금의 인플레이션 방어 효과는 투자기간에 따라 상당히 달랐다.

10년이 넘는 아주 장기적인 구간에서는 금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긍정적인 관계가 비교적 잘 나타났지만, 몇 개월에서 수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서는 관계가 약하거나 불안정했다.

특히 실질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금의 인플레이션 방어 효과가 약해질 수도 있었다.

실질금리는 아주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받는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어느 정도 제외하고 생각한 실제 이자수익에 가까운 개념이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기 때문에 이자를 주는 안전자산의 매력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은 '물가가 오른다 → 금이 오른다'는 식으로 바로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2026년 금 시장을 보면 또 무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금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유행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World Gold Council의 2026년 2분기 자료를 보면 2분기 LBMA 금 가격은 온스당 평균 약 4,506달러였다.

1분기 기록적인 수준에서는 약 8% 내려왔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37% 높은 수준이었다.

이미 상당히 많이 오른 가격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높은 가격에서도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계속됐다는 점이다.

2026년 2분기 중앙은행과 공공기관의 순매입량은 약 289톤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금 ETF에서는 약 45톤의 자금이 빠져나왔다.

2026년 2분기 금 시장에서 나타난 움직임
평균 금 가격 약 4,506달러/온스
전년 동기 대비 가격 약 37% 높음
중앙은행 순매입 약 289톤
금 ETF 흐름 약 45톤 순유출

이 숫자가 재미있는 이유는 '모두가 금을 사고 있다'는 간단한 이야기와 실제 시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은 꽤 적극적으로 사고 있었지만 투자자들의 ETF 자금은 오히려 빠져나갔다.

금값이 높아진 만큼 누군가는 부담스럽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이 금을 산다고 나도 사야 하는 건 아니다

요즘 금 이야기를 보다 보면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여기서 이야기가 조금 더 커지면 '세계가 달러를 버리고 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처음 들으면 굉장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 부분은 조금 조심해서 보고 싶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25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최근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증가를 분석했는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 매입이 곧바로 달러를 버리는 탈달러화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기존 외환보유액에 금을 추가해 조금 더 분산하는 행동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국가에서는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목적이 더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금을 산다 = 달러 체제가 곧 무너진다'까지 가는 건 자료가 말하는 것보다 이야기를 너무 크게 만드는 것 같다.

오히려 중앙은행의 행동에서 내가 눈여겨본 건 '분산'이었다

중앙은행과 개인투자자는 투자 목적부터 다르다.

중앙은행은 수십 년 동안 국가 외환보유액을 관리한다.

내가 생활비와 은퇴자산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그래도 한 가지는 흥미로웠다.

수익을 가장 많이 낼 자산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의 자산을 같이 가지고 있다는 것.

미국 국채도 가지고 있고 다른 나라 통화도 가지고 있고 금도 보유한다.

금이 달러보다 무조건 우월해서가 아니라 한 가지 자산이나 통화에만 모든 역할을 맡기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도 금을 보는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금이 주식보다 더 좋은 투자라는 생각은 여전히 들지 않는다

여기까지 자료를 찾아봤다고 해서 내 생각이 '그러면 금 비중을 크게 늘려야겠다'로 바뀐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인 자산 증식의 중심은 여전히 주식이 더 이해하기 쉽다.

기업은 실제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이익을 내며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도 적어도 현재 받을 수 있는 이자를 어느 정도 계산할 수 있다.

금은 다르다.

오늘 금이 비싼지 싼지를 판단하는 것부터 어렵다.

주식처럼 PER을 보고 기업 이익과 가격을 비교할 수도 없고, 채권처럼 만기수익률을 보고 예상 현금흐름을 계산할 수도 없다.

결국 금 가격에는 실질금리, 달러, 중앙은행 수요, 지정학적 위험, 투자심리 등 여러 요소가 한꺼번에 작용한다.

그래서 가격 전망에는 훨씬 자신이 없다.

특히 지금은 금값이 많이 올랐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이 부분은 현실적으로 고민된다.

금이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지금 가격에서 금을 많이 사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2026년 2분기 평균 금 가격은 이미 전년 동기보다 37% 높았다.

이럴 때는 과거 수익률을 보고 뒤늦게 쫓아가는 행동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금 가격이 크게 오른 뒤에 '역시 금은 안전하다'며 비중을 크게 늘렸는데 이후 몇 년간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오래 답답할 수 있다.

금은 배당이나 이자를 주지 않으니 기다리는 동안 현금흐름으로 보상받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 같으면 금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것 같은가보다 왜 금을 가지고 있으려는가를 먼저 정할 것 같다.

내 기준에서 금의 역할을 한 문장으로 정하면

자료를 보기 전에는 금을 '위기 때 오르는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금은 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책임지는 주력 자산이라기보다, 주식과 채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넣을 수 있는 또 다른 성격의 자산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자산 내가 보는 주된 역할
주식 기업 성장에 참여하며 장기적으로 자산을 키우는 역할
채권 이자수익과 포트폴리오 변동성 조절
현금 가까운 시기에 사용할 돈과 유동성 확보
주식·채권과 다른 위험에 대비하는 분산 자산

이렇게 보면 금이 배당을 주지 않는다는 단점도 받아들이기가 조금 쉬워진다.

애초에 금에게 주식과 같은 역할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험'이라는 표현은 아직 조금 불편하다

금 투자를 설명하면서 보험이라는 표현도 많이 쓴다.

나는 이 표현이 이해는 되지만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보험은 사고가 나면 계약에 따라 지급되는 돈이 비교적 명확하다.

하지만 금은 주식시장이 폭락한다고 반드시 일정 비율 올라주는 자산이 아니다.

Vanguard가 말한 것처럼 분산효과 역시 확률적인 것이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금을 '폭락장에서 나를 구해줄 자산'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위험요인을 가진 자산 하나를 더 가지고 있는 것 정도로 보는 편이 내게는 더 자연스럽다.

그리고 금 비중에 정답이 있다는 말도 믿기 어렵다

금을 검색하다 보면 포트폴리오의 5%, 10%, 혹은 그 이상을 넣으라는 숫자를 쉽게 만난다.

하지만 어느 숫자가 모든 사람에게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주식 비중이 매우 높은 사람과 채권·현금이 많은 사람은 상황이 다르고, 앞으로 사용할 돈의 시점도 다르다.

Vanguard의 최근 자료에서도 대체자산을 단순히 '몇 퍼센트 넣느냐'보다 포트폴리오 전체 위험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기준으로 보는 접근을 이야기한다.

나도 이쪽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무작정 금 10%라는 숫자를 정해놓기보다 금을 넣어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정하는 것이다.

내 생각이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

처음에는 금이 꽤 애매한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기업처럼 성장하지도 않고, 채권처럼 이자를 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주식과 채권을 같이 공부하고 나니 오히려 그게 금의 특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자산과 똑같이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상황에서 움직일 가능성도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가격이 크게 오른 시기에는 더욱 조심스럽다.

나에게 중요한 건 '금이 앞으로 더 오를까?'를 맞히는 게 아니라 주식과 채권만 가지고 있을 때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위험이 무엇이고, 금이 그 위험을 실제로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는가인 것 같다.

그 질문에 답이 생기면 그때 비중을 고민하는 게 순서에 더 가깝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니 다음 질문이 또 생긴다.

그렇다면 결국 주식, 채권, 금을 몇 대 몇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까?

아마 다음에는 우리가 흔히 듣는 '주식 60%, 채권 40%' 같은 숫자가 어디서 나왔고, 내 포트폴리오에도 그런 숫자가 정말 의미가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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