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이 되고 나니까 돈을 보는 시선이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매달 일정 금액을 떼어 미국 ETF를 사고 있다.

거창한 투자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다. 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할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종목이 몇 배 오를지 찾아낼 자신은 더 없다. 그냥 월급이 들어오면 생활에 필요한 돈을 제외하고 일정 부분을 투자에 넣는다.

처음에는 이런 방법이 너무 심심하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계속 해보니 오히려 그 심심함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미국 ETF가 답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

투자를 처음 생각할 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래도 많이 오른 주식이다.

뉴스를 봐도 그렇고 주변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다. 어느 기업이 몇 배 올랐다거나, 어떤 산업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거라는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롭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보면 솔깃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회사를 사야 하지?

이 질문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어려워진다.

매출과 이익을 봐야 하고, 경쟁사도 봐야 하고, 앞으로 그 산업이 계속 성장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좋은 회사라는 것과 지금 주가가 싼 회사라는 것도 전혀 다른 문제였다.

회사에 다니면서 이걸 꾸준히 한다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퇴근하면 쉬고 싶고,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루 종일 기업 실적을 확인하면서 투자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ETF 쪽으로 관심이 갔다.

ETF 하나를 사면 여러 기업에 나눠 투자할 수 있다는 구조가 내 생활 방식과 꽤 잘 맞아 보였다. 특히 S&P500 같은 지수를 따라가는 ETF는 특정 기업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을 상당히 줄여준다.

실제로 Vanguard의 VOO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2026년 8월 현재 공식 자료에서 확인되는 총보수는 연 0.03%다. 물론 비용이 낮다고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Vanguard 역시 투자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하고 있다.

나는 오히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이걸 사면 돈을 번다”가 아니라, 미국의 대형 기업 여러 곳에 장기간 나눠 투자하는 방법 하나를 선택한다고 생각하니 훨씬 이해하기 편했다.

우리 부부에게 더 어려웠던 건 무엇을 살지가 아니었다

ETF를 알아보다 보면 어느 순간 종목 비교에 빠지게 된다.

VOO가 좋은지, IVV가 좋은지, QQQ 계열을 섞어야 하는지, 배당 ETF도 필요한지 계속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아내와 같이 투자하면서 점점 다른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사느냐만큼 중요한 건 우리가 이걸 얼마나 오래 계속할 수 있느냐 아닐까?

월급 생활자에게 투자금은 어디선가 갑자기 생기는 돈이 아니다.

이번 달에 투자금 50만 원을 늘리면 다른 곳에서 50만 원을 줄여야 한다. 100만 원을 더 넣는다고 하면 그만큼 통장에 남겨둘 현금이 줄어든다.

금액은 예시지만 이런 구조는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적립식 투자는 단순히 “매달 ETF 몇 주 사기”가 아니라 생활비와 저축, 앞으로 필요한 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 됐다.

많이 넣으면 당연히 미래의 투자금은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 생활을 지나치게 줄이면서까지 투자하고 싶지는 않다.

이 부분은 투자 글을 많이 읽을수록 오히려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는 투자 수익률 이야기를 정말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평범한 회사원인 내 입장에서 보면 수익률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이번 달뿐 아니라 다음 달에도 넣을 수 있는 금액인가?

나는 요즘 이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립식 투자를 시작하니 주가를 맞힐 필요가 조금 줄었다

미국 증시가 크게 오른 날이면 괜히 기분이 좋다.

반대로 떨어지면 계좌를 열어보기 싫어진다.

이건 ETF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계속 상승한 뒤에는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지금 너무 비싼 것 아닌가?”

실제로 2026년 8월 14일 기준 Vanguard가 공개한 VOO의 연초 이후 NAV 수익률은 14.52%였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 만큼, 이런 숫자를 보면 오히려 지금 계속 사는 것이 맞는지 고민될 수 있다.

나도 가격이 많이 오른 모습을 보면 한 번쯤 멈추고 싶어진다.

조금 기다렸다가 떨어지면 사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언제 떨어지는지 나는 모른다.

떨어진다고 해도 어디까지 떨어질지도 모른다. 기다리는 동안 더 올라갈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시장을 계속 맞히려고 하기보다 우리가 정한 방식대로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쪽이 내 성격에는 더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 SEC의 투자자 교육 사이트 Investor.gov에서도 적립식 투자, 즉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을 시장의 등락과 관계없이 같은 금액을 일정한 간격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이렇게 하면 가격이 낮을 때 더 많은 수량을 사고 가격이 높을 때 더 적은 수량을 사게 된다.

다만 나는 이걸 “적립식이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계속 투자한다고 손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면 ETF 역시 같이 떨어질 수 있다.

적립식 투자의 장점은 손실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매번 내가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맞혀야 한다는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아내와 같이 하니까 투자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혼자 하는 투자였다면 아마 계좌 숫자를 훨씬 자주 봤을 것 같다.

그런데 부부가 같이 돈을 넣는다고 생각하니 투자 수익률보다 다른 질문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 앞으로 큰돈이 필요한 시점은 언제인지, 투자금은 어느 정도가 부담스럽지 않은지, 시장이 크게 떨어져도 계속 살 수 있을지 같은 것들이다.

특히 마지막 질문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상승장에서 “나는 장기투자할 거야”라고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계좌가 계속 커지고 있으면 누구나 마음이 편하다.

진짜 문제는 몇 달 동안 계좌가 계속 줄어들 때다.

그때도 아내와 “이번 달에도 그냥 하던 대로 하자”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그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 완벽하게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부터 무리하지 않는 금액을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월급의 너무 큰 부분을 투자하면 상승장에서는 좋겠지만 하락장이 왔을 때 생활까지 불편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시기에 오히려 투자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적립식 투자의 핵심은 그래서 의외로 수익률과 조금 떨어져 있다.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드는 것.

요즘은 이게 더 중요해 보인다.

ETF를 공부할수록 오히려 종목 선택 욕심은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좋은 ETF를 찾으면 투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를 계속 보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2025년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 가운데 79%가 S&P500보다 낮은 성과를 기록했다는 S&P Dow Jones Indices의 SPIVA 자료도 흥미로웠다.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조차 특정 기간에 지수를 이기는 일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의미로 읽혔다.

물론 이 숫자 하나만 가지고 “그러니 무조건 지수 ETF만 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반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투자 목적에 따라 액티브 전략이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평범한 회사원인 나에게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줬다.

전문가들도 꾸준히 시장을 이기기 어려운데, 회사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투자하는 내가 매번 최고의 기업을 골라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투자에서 잘해야 할 일이 꼭 종목 발굴일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소비를 관리하고, 매달 투자할 여력을 만들고, 시장이 좋든 나쁘든 계획을 유지하는 일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더 가까웠다.

이걸 깨닫고 나니 투자 방식이 많이 단순해졌다.

35살인 지금 내가 미국 ETF 적립식을 바라보는 방식

나는 미국 ETF 적립식 투자가 모든 사람에게 가장 좋은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주식시장도 떨어질 수 있고, 한국 투자자라면 환율 변화도 신경 써야 한다. ETF마다 투자 대상과 위험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름에 ETF가 붙었다고 전부 안전한 상품도 아니다.

그래도 지금 우리 부부의 생활에는 꽤 잘 맞는다.

둘 다 미래 주가를 맞히려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하고, 남은 시간은 회사 생활과 일상에 쓰는 방식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투자로 엄청난 한 방을 맞히고 싶은 것보다 10년 뒤에 “그때 시작해서 계속하길 잘했다”고 느끼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물론 10년 뒤 결과는 지금 알 수 없다.

앞으로 시장이 크게 떨어지는 시기도 분명 있을 수 있고, 지금 가지고 있는 투자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는 성공한 투자자의 이야기를 쓰기보다는 그 과정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이번 달에는 왜 샀는지,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떨어졌을 때도 실제로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아내와 투자하면서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35살 평범한 회사원인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마 그런 것들일 것 같다.

지금 내 기준은 꽤 단순하다.

좋은 ETF를 찾는 것보다 오래 투자할 수 있는 생활을 만드는 것.

예전에는 어떤 종목을 사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가 더 궁금했다면, 요즘은 우리가 이 방식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하다.

아마 다음 달 월급이 들어와도 또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ETF를 살 것 같다.


참고한 자료

Investor.gov - Dollar Cost Averaging
https://www.investor.gov/introduction-investing/investing-basics/glossary/dollar-cost-averaging

Vanguard - Vanguard S&P 500 ETF (VOO)
https://advisors.vanguard.com/investments/products/voo/vanguard-sp-500-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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